비혼 [궁금해요!]/함께읽는 비혼
[칼럼] 그래, 비혼은 라이프스타일 '정치'다!
Unninetwork
2011. 5. 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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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비혼은 라이프스타일 '정치'다! 몽MONG (언니네트워크 액션+공감팀, canicular67@gmail.com) ![]() … 나는 생경한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를 비판하지 않았다. 나는 생경한 단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성 차별’로 비판하는 것이 과도함을 지적했다. 결혼제도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비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미혼’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얘기다(그러나 ‘미혼모’라는 표현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고, ‘한부모’라는 더 나은 표현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 게다가 ‘비혼’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의 정치(라이프스타일 정치)를 드러내기 위해 선호하는 표현이다(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개인의 삶 방식 변화를 통해서 여성 해방을 이룬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혼’이라는 용어 사용을 충분히 꺼릴 수 있다. - 정진희, 레프트21, '페미니즘 언어와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2010년 07월 17일 한동안 '분노'를 참기 어려워 방방 뛰었다. 이 기사의 필자가 보여주는 '순진함'만큼 비혼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의문과 질문, 늘 따라오는 '정상적'인 삶에 대한 열망이 아무런 갈등 없이 설명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의 세상은 참 단순해서 좋겠다고 웃어넘기려고도 해 봤지만, 나는 '비혼은 라이프스타일 정치'라는 정의의 '말씀' 안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도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정치'라는 말, ![]() "그렇지만 자신을 미혼(언젠가 결혼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 결혼을 안 한 상태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자신을 비혼으로 '증명'해내야 하는 여성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말일 것이다. 내가 왜 미혼이 아닌 비혼인지를 이야기할 때 한결같이 상대에게서 나오는 반응이다. '실제로 결혼을 "안"하는 여성도 있고 결혼을 "못"한 여성도 있다, 비혼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꼭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이러한 말들은 너무나 쉽게 비혼을 그저 '서로 다른 삶의 형태' 중 하나인 것으로 간주한다. 결혼이 정상이기는 하지만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도'있다는 여백에 대한 주장? 비혼 여성들의 목소리는 그러한 여백의 공간을 요구하는 할당제를 위한 요청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목소리는 대체로 기혼이거나 미혼인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목소리로 여겨진다.) ![]() 진짜 문제? 비혼이 '스타일'로 해석될 때 내가 분노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이렇게도 살 수 있다고 '할당된' 비혼 여성들의 위치와 행위성이 제기하는 첨예한 정치적 문제를 희석시키고 희화화 때문이다. 비혼을 비롯해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그렇게 외치는 '다르게 살고 싶다'의 '다르게'는 그저 지루한 남들의 인생과는 달리 특별하게, 독특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인가? "진짜 문제"는 비혼이 라이프스타일 정치인 것이 아니라, 어떤 라이프스타일들이 특권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다른지를 논의할 수조차 없는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전체주의다. 비혼(非婚)은 단순히 미혼에 대한 대응항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결혼해야 한다'는 전제(이 말은 사실 '모든 여성은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제다)를 깨뜨리는 비혼은 한국 사회에서 가부장제와 정상가족중심주의의 유지가 여성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고 규정함으로써 가능했는지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우리 사회가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 '어머니', '아내', '딸' 이외의 정체성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어떻게 '시민'의 권리에서 여성을 제외시켰는지, 가사/출산/양육 등 가족유지의 책임을 전담시키면서 동시에 노동권을 어떻게 박탈시키는지, 그래서 누가 이익을 얻고 있고 무엇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사회가 비혼을 '불안한 삶'이라 낙인찍고 비혼 여성들 스스로도 비혼으로서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토로하는 것은 그만큼 여성에게 혼(婚)의 여부가 정체성과 삶을 구성하는 너무나 강력한 중심축이자 기준이라는 사실, 기존의 결혼/가족을 중심으로 한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벗어난 삶의 모델을 기획하기가 어렵다는 증거다. ![]() 여성의 삶이 결혼제도, 가족중심주의를 지탱하고 실천하는 공간 그 자체일 때, 여성이 자신은 다른 존재일 수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 다른 삶을 기획하고 싶다는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얼마나 위협적인가. 지긋지긋한 남성 사유의 역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벗어나겠다는 절박한 목소리.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목소리들에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걸까. 위의 기사를 읽는 순간, '비혼 여성들의 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없다'는 여성학자 전희경의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비혼의 정치학은 차별적인 성별/가족/결혼제도에 반대하는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비혼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대안'으로서 기대를 받는 것은, 그것이 불안하지 않고 안정된 삶, 더 가치 있는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기존에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관계맺기의 방식과 자신에게 요구되는 '여성됨'을 통해서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살아내야 하는 갈등과 딜레마를 설명하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 * 이 글은 언니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열린강좌 <비혼 제너레이션을 말하다>의 전희경, 전은정, 박선영님의 강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http://www.hr-oreum.net/)의 [인권이야기] 코너에 동시 연재됩니다. * 이미지출처 - 1, 2, 3, 5번째 사진 : www.gettyimageskorea.com - 4번째 사진 : 언니네트워크 - 6번째 사진 : www.sxc.hu |